유럽이 중장기적 친환경 정책 주도권을 놓지 않으면서도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대응한 결과가 LNG 수입 증가 및 가스 재고 확충이다.
천연가스는 석유 및 석탄 대비 연소 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적고 재생에너지와 유연하게 조합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 시점의 가장 현실적인 발전원으로 간주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 탈피 움직임과 올해 2월 뚜렷하게 목도되고 있는 러시아산 유럽향 파이프라인 가스 유입 감소를 감당해 낼 대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럽 역내 천연가스 생산은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322Bcm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20년 최고치 대비 약 40%까지 감소했다. 역내 생산국 가운데 노르웨이, 영국, 네덜란드가 85%를 차지하는데 네덜란드는 2025~2028년 중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며 영국 역시 북해 가스 생산 인프라 노후화 및 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생산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향후 30년간 유럽에서는 연평균 약 3% 내외의 역내 가스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곧 LNG 수입 확대가 필연적임을 의미한다. 사실 LNG 교역량 증가는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고 중장기적 글로벌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 세계 천연가스 교역량 전망치(GECF 기준)를 보면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약 12%의 성장이 예상되는데 주목할 점은 LNG 수출입 물량이 이러한 성장세를 견인한다는 것이다. 파이프라인 공급 규모는 2050년까지 장기적 관점에서 봐도 700~750Bcm 수준에서 유지되는 반면 LNG 수출입은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는 약 117% 의 증가가 전망된다.
1990년 이후 지난 30년간 흐름을 간단히 짚어보면 1990년~2000년대 중반까지 는 가스 파이프라인 인프라 확대로 PNG(Pipeline Natural Gas)가 세계 가스 교역량 증가를 견인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카타르의 가스 공급자 본격 부 상 및 미국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가스 생산량 급증 등이 글로벌 가스 산업 판도 변화를 초래하며 LNG 수출입이 천연가스 공급 물량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향후에도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돼 PNG 교역은 기존대로 미주 내륙 또는 유럽과 중동 간 유출입이 중심이 되고 LNG 수출입은 아시아 수요에 최근 유럽까지 가세하는 양상으로 2030년에는 그 비중이 파이프라인 교역량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천연가스는 경제성이 있는 매장지의 편중도를 감안할 필요가 있어 LNG 수출입 국가 수 변화를 통해 LNG 교역량을 유추할 수 있다. 수출 국가 수는 2021년 19개에서 2025년 24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수입 국가 수는 동 기간 46개에서 62개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30년까지 LNG 교역량의 유효한 증 가세로 이어질 것이다.
향후 3년 내 상업 운전이 예정된 LNG 액화 프로젝트를 보유한 국가는 2022년 모잠비크(FLNG 방식), 미국(greenfield module project) 등이며 뒤이어 2023년 세네갈, 2024년~2025년 중 캐나다와 멕시코가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규 LNG 액화 설비 용량은 지난 수년간 3개 프로젝트(총 7.5MMtpa 규모)에 불과 했으나 현재 예정된 프로젝트의 지연 이슈만 없다면 2022년 20MMtpa 규모로 한번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동기간 LNG 수입 국가 수 증가폭은 수출 국가 수 대비 매우 가파른데, 베트남, 가나 등 신흥 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에서 LNG 수입을 개시할 예정인 동시에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의 가스 수요 급증이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변국의 신규 LNG 교역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유럽의 LNG 수입 증가가 더해지면서 신규 재기화 터미널 및 재수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